코로나·독감 ‘트윈데믹’ 온 호주…“남의 얘기 아냐”

독감 유행, 남반구→북반구 “코로나·독감 동시 감염시 중증도 높아져”
제약사들 ‘플루로나 백신’ 개발 착수
겨울로 접어든 남반구 국가 호주에서 독감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호주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 중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에 직면했다. 남반구를 거친 독감이 그해 겨울 북반구 국가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한국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지는 20일(현지시간) 호주 보건당국 조사 결과를 인용, 올해 초부터 지난 5일까지 거의 9만여건에 달하는 독감 사례가 확인됐으며 지난 4월 초부터 누적 700명이 병원 입원 중이라고 보도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급등한 수치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6월6일에 호주 법정감염병 감시 시스템(NNDSS)에 보고된 독감 확진 사례는 326건에 불과했다. 코로나19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호주의 전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는 2만4418명이다.
호주에 거주하는 6만 여명의 기침, 열 등 감기 증상을 추적하는 온라인 사이트 ‘플루트래킹(FluTracking)’에 따르면 응답자 2.5%가 발열, 기침을 경험하거나 결근했다. 이는 지난해와 지난 2020년 1% 안팎 수준에 머물렀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안 바 세계보건기구(WHO) 인플루엔자 연구·감시 협력 센터 부소장은 “호주가 큰 규모의 독감 유행을 앞두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발언했다. 올해 확산세가 호주에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600여명에 다다랐던 지난 2019년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호주 보건당국은 오는 동절기를 처음으로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기간으로 보고 모든 국민에 대해 독감 예방 접종을 권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퀸즈랜드주(州)가 지역 사회 전체에 독감 예방 접종을 무료로 제공한 이후 남호주, 서호주 등 다른 주정부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소냐 베넷 호주 코로나19 의료 책임 대행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발표해 “지난 2년간 호주에서는 해외 여행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다양한 조치로 독감 사례가 적었지만 이제 제한이 완화되면서 독감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아직 독감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이들은 가능한 한 빨리 접종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통상적으로 남반구에서 유행하는 독감은 같은 해 북반구에서 이어진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스즈키 모토이 국립감염병연구소 감시·면역 및 역학 연구 센터 소장은 지난 19일 일본 매체 니케이아시아에 “더 많은 사람이 일본에 들어오고 접촉 기회가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일본에서도 독감 발병을 경험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8월이나 9월 등 과거보다도 일찍 시작되거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신 개발사들은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막을 수 있는 ‘플루로나(Flurona·Flu+Corona)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대기업 모더나는 독감과 코로나19 결합 백신 시험을 진행 중이다. 곧 독감, 코로나19 바이러스 및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에 대한 임상 1상 연구에 착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