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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中기업에 맡긴 ‘다윈항 99년 운영권’ 회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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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 시각) 호주 북부 다윈항에 정박한 대형 화물선에 크레인이 컨테이너들을 싣고 있다. 남중국해와 가까워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다윈항은 지난 2015년 중국의 랜드브리지사가 99년간 운영권을 따냈다. /호주 북준주 주정부

 

지난 9일(현지 시각) 호주 북부 다윈항. 호주에서 둘째로 큰 항구답게 대형 화물선에 물건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항구 바깥쪽 바다에는 LNG(액화천연가스) 보관 시설과 각종 컨테이너를 실은 배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항구 관계자는 “호주의 주요 수출 자원인 철광석과 리튬, 망간 등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 전 세계로 나간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 기자를 포함해 한국여성기자협회 소속 기자단이 방문한 다윈항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른 항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입구에는 영어와 함께 중국어로 ‘펑차오그룹 다윈항’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펑차오그룹은 다윈항을 임차하고 있는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의 중국명이다. 들어갈 때는 방문자들의 여권을 일일이 확인하고 얼굴을 대조했다.


사무실에는 총책임자인 호주인 1명과 중국인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항구 운영과 관련 “중국과 사이가 나빠지면 극단적인 경우 항구 폐쇄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등 기자들 질문이 쏟아지자 총책임자인 피터 덤잇씨 대신 옆에 있던 중국인 직원이 대답을 했다. 그는 “중국의 랜드브리지는 항구 운영에 관한 경험이 많은 회사”라며 “우리가 관심 있는 건 항구로부터 얻는 수익뿐”이라고 했다.


다윈항 운영권은 지난 2015년 10월 중국 랜드브리지사로 넘어갔다. 북준주 정부가 99년간 운영할 권리를 경매로 이 회사에 넘겼다. 당시 중앙정부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원했던 북준주 정부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인구 24만명에 면적 142만㎢로 면적은 넓고 인구는 적은데 특별한 산업이 없었던 탓이다. 15사가 입찰했지만 랜드브리지사가 5억6000만호주달러(약 5014억원)를 인프라 정비 등에, 25년간 매년 2억호주달러를 지역사회에 투자하겠다고 해 운영권을 따냈다. 북준주 관계자는 “외국인과 장기 투자 계약을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50년 정도이고, 99년 계약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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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항의 운명은 최근 급변하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시드니모닝헤럴드 인터뷰에서 “다윈항 운영권 임대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 자산을 놓고 중국 국영 기업과 체결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외국 거부권법’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스콧 모리슨 전 총리보다 친중 성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됐고, 지난 총선 기간 “중국과 계약을 파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취임 후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호주와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이가 크게 악화됐다. 국제사회가 코로나 발생 시기와 장소 등을 둘러싸고 중국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호주가 적극 나섰다. 지난 2020년 11월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최고 212% 관세를 부과하고 석탄·랍스터 등에 대대적인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무역 분쟁이 불거졌다. 이후 호주 정부가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은 자격이 없다”는 등 강경 발언을 하면서 양국 갈등은 더욱 커졌다. 최근 중국이 호주의 앞마당 격인 남태평양 지역 섬나라에 적극 진출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북준주정부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이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 등에 진출하는 것과 관련, “(중국의) 실질적 위협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호주가 미국·영국과 결성한 3국 군사동맹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면서 다윈항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다윈항은 남중국해와 직접 연결되는 길목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새로 보유하게 될 핵추진 잠수함의 모항으로 다윈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만난 북준주 정부 관계자들은 “핵잠수함이 호주에 취역하는 경우 규모상 이곳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다윈항은 2차 대전 때 일본이 전투기 188대를 동원해 57회 폭격한 곳이다. 당시 일본은 영국의 동남아 거점인 이곳을 파괴해야 동남아시아를 석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호주 국방부 관계자도 “1938년 일본군이 펴던 전략을 중국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며 “다윈항을 악용하는 것보다 이곳을 비롯해 남중국해 길목을 막아버리는 게 호주에 더 큰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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